2013.09.05

1. 뮤지컬배우입니까?
Yes. 2009년 서울예술단(이하 예술단)에 입단해서, < 바람의 나라 >의 괴유와 < 15분 23초 >의 민호 역을 맡았다. < 15분 23초 >에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여섯 마디가 내 첫 대사였는데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이후 < 윤동주, 달을 쏘다 >(이하 < 윤동주 >), < 아르센 루팡 >(이하 < 루팡 >) 등을 했고, 지금은 < 쓰릴 미 >를 하고 있다.
2. 네이슨입니까?
Yes. 제의가 들어왔을 때부터 난 그냥 네이슨이거니 했다. 같이 캐스팅된 (신)성민이도 날 처음 보더니 “뭐 이런 네이슨 같은 사람을 캐스팅했냐”고 하더라. (웃음) 실제 네이슨은 좀 더 남성적이었지만, 작품 안에서는 유약하고 소심하고 순한 느낌으로 표현되니까.
3. 외모가 도움이 됐습니까?
Yes. 사람들이 나보고 ‘사얼’이라고 한다. 사연이 많을 것 같은 얼굴이라고. (웃음) 뚜렷한 특징이 있는 외모는 아니지만, 머리를 내리는 거랑 뒤집어 까는 거랑 많이 달라서 양극단의 캐릭터를 나름대로 입힐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이번에 < 잃어버린 얼굴 1895 >(이하 < 잃어버린 얼굴 >)에서 고종 역을 맡아서 2:8 가르마를 했는데 그것도 다른 느낌이더라고. < 잃어버린 얼굴 >에서는 차갑고 나쁜 남자처럼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쌍꺼풀 없는 그런 배우들이 대세인 것 같고. 으허허허.
4. 이미지와 성격은 비슷합니까?
Yes. 난 어릴 때부터 소심했고, 나서서 하는 걸 정-말 못했다. 시력이 좋지 않아서 안경을 오래 끼다 보니 자신감도 없었고, 너무 말라서 외모 콤플렉스도 많았고, 그러니 인기도 없었고. 그래도 초등학교 때까지는 나서서 뭔가를 했는데, 남자애들만 있는 중학교 때부터 그런 게 사라져버렸다. 앞에서는 좋게 얘기하던 사람이 뒤에서 전혀 다르게 얘기한다는 걸 알게 됐을 때는 상처도 많이 받았고. 인간관계에 있어서 좀 쿨한 편인데, 그게 다 상처받기 싫어서인 것 같다. 그래서 작은 자극에도 상처받고, 여리고 잘 삐치는 네이슨이 됐다. 사람에 대한 광적인 믿음과 사랑을 갈구하는 아이.
5. 무엇이든 잘 믿는 편입니까?
Yes. 곧이곧대로 믿는 편이라, 어릴 때는 TV나 영화 속 인물이 실제로 그런 삶을 사는 줄 알았다. 그게 연기라는 걸 알게 된 건 정말 한참 뒤였다. (웃음) 초등학교 때는 < 달려라 부메랑 >을 보고 미니카에 미쳐 있었다. 혼자 방문 잠그고 스틱 분해해서 따로 만들 정도였으니까. 어떻게 하면 빠른 스피드와 회전이 나올까를 고민하고, 휠의 질감을 위해 사포질도 하고. (웃음) 집에서는 내가 자동차 정비사나 과학자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초등학교 5학년 때는 < 마지막 승부 >를 보고 농구에 미쳐서 농구를 10to10으로 했다. 네덜란드로 유학 보내달라고 얘기해서 엄마한테 한 대 쥐어박혔다. (웃음)
6. 고집이 있습니까?
Yes. < 응답하라 1997 >에 나온 (이)시언이가 고등학교 때 짝꿍이었는데, 둘이 집에 가다가 MBC 아카데미 부산 개원 광고를 보고 우연히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 사체과 준비하다가 갑자기 연기하겠다고 했더니 집에서는 “네가 될 것 같냐”며 하고 싶으면 알아서 하라고 하셨다. 곧장 수원으로 취업 나가서 에어컨 만드는 일을 했다. 처음 들어갔을 때 머리 좋은 애 있냐고 물어보길래 자신 있게 손들고 학교 좀 싸게 다녔다는 식으로 얘기해서 자재 나르는 일을 했다. (웃음) 라인에서 나사 박는 일보다는 훨씬 수월했는데 부품 기호, 번호, 위치 다 외워서 빨리 갖다 줘야 되는 거라서 머리, 몸 다 쓰는 일이었다. 대학 가기 전까지는 부산에서 아르바이트랑 연극을 병행하며 살았다. 아동극을 할 때는 공연이 아침이니까 호프집 알바를 12시간씩 했고, 본격적인 연극을 할 때는 시간이 별로 없어서 2시간짜리 롯데리아 마감 알바를 했었다. 공익근무 할 때는 치킨 배달을 1년 6개월 정도 했고, 대학도 4수 만에 갔다. (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