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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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벨벳이 '빨간 맛, 궁금해 허니'를 외쳤다면, '미아 파밀리아'를 본 지금 박영수의 연기 맛이 궁금하다.

배우 박영수는 지난 5월 28일 개막한 뮤지컬 '미아 파밀리아'에 스티비 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1930년대 뉴욕의 바 아폴로니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작품은 마지막 공연을 앞둔 두 명의 보드빌 배우 리차드, 오스카와 그 앞에 나타난 마피아 스티비의 이야기를 그린다.

'미아 파밀리아' 무대 위의 박영수는 웃긴다.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는데도 웃음을 자아낸다. '이 작품에 꼭 필요한 인재'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소품 참사의 중심에는 항상 그가 있다. 마피아라는 설정상 총을 가지고 다니는데, 이 소품이 언제나 말썽을 부린다. 25일 공연에서는 돌려차기를 하다가 총을 객석까지 날려버렸다. 다행히 큰 사고는 없었지만 관객 무릎에 총이 부딪쳐 위험한 순간이었다. 움직임이 격해 총이 품에서 튀어나오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소품이 말썽을 부리면 박영수는 이에 대응한 연기를 보여주는데, 그 순발력에 폭소가 터진다. 소품으로는 웃음을 선사하지만 그가 보여주는 돌려차기, 백텀블링, 점프 등은 박수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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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에서 박영수는 1인 다(多)역을 소화한다. 코믹함이 전면에 드러난 극에서 여러 역할을 소화할 때는 어느 정도 빈틈이 용인되는 분위기가 있지만, 박영수는 각 캐릭터에 맞는 분위기로 모든 역의 특성을 잘 살린다. 신비로운 사회자, 허당끼 있는 마피아 스티비, 죽기 싫은 보스, 귀여움 폭발 써니보이 짱팬 부티, 냉철한 치치, 가난한 남자친구가 못마땅한 아버지, 겁쟁이 뉴욕 경찰. 박영수가 약 2시간 동안 보여준 인물들이다.

하루하루가 다른 공연의 특성답게 박영수는 매회 조금씩 다른 행동을 보여준다. 루치아노 보체티의 죽는 순간을 연기할 때는 몇 번이고 '으억'을 외치며 무대 바닥에 누워야 하는데, 바닥이 더러운 날에는 "사람은 죽을 자리를 보고 누워야 한다"면서 머플러를 풀어 닦는다. 죽기 싫은 날에는 계속 부활한다. 또 부티가 정말로 되기 싫은 날은 일단 커튼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물론 애드리브가 과해지면 극 흐름을 지연시키면서 역효과를 불러오지만, 그가 보여준 순간의 행동들은 관객이 웃고 즐긴 후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기에 적당한 수준이다.

'미아 파밀리아'는 관객 참여극이 아님에도 무대와 관객의 심적 거리감이 가깝다. 다 같이 뛰고 노래하며 즐기는 커튼콜로 마지막을 장식해서 더 그렇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박영수의 연기는 처음 작품을 보는 사람도 소외되지 않도록 마음을 열게 해준다. 일단 '웃음을 짓게 만드는' 것이 그 시작이다.

박영수는 2003년부터 연기를 시작해 다양한 작품에서 여러 캐릭터를 연기했다. '인생캐'를 뽑으려면 열 손가락을 다 사용해야 할 정도다. 그는 윤동주·고종 등으로 진중함을 보여줬고, 델·병구 등으로 코미디를 펼쳐냈다.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한계 없는 연기는 항상 신선한 매력을 느끼게 한다. '미아 파밀리아'에서는 짧은 시간 안에 그 경계를 넘나들고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며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박영수가 출연하는 뮤지컬 '미아 파밀리아'는 오는 8월 11일까지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2관에서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