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19
[MBN스타 금빛나 기자] 뮤지컬 ‘무한동력’에 대해 이야기하는 배우 박영수의 표정은 무척이나 밝아보였다. 지금까지 한 역할 중에서 ‘인간 박영수’와 가장 유사하다는 박영수의 얼굴 속, 작품에 대한 애정을 찾기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하면서도 가슴에 늘 감성적인 자극이 와요. 먹먹함도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지점도 많아서 연기를 하면서 위로 받을 때도 많아요. ‘무한동력’은 참 착한 뮤지컬이에요. 악한 인물도 없고,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 같아요.”
박영수가 ‘무한동력’에서 연기하는 인물은 ‘대기업 정규직 입사’를 꿈으로 알고 살아가는 27살의 청년 장선재이다. 유보도 못한 채 얼떨결에 졸업장을 쥔 장선재에게 남은 것은 네 번의 학자금 대출뿐인데, 넣는 곳마다 면접도 하지 못한 채 서류면접에서 떨어지기 일쑤이다. 아무리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고, 인생은 칠전팔기라고 하지만 장선재의 청춘은 마냥 밝다고 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최대한 밝고 건강하게 그리고 싶었어요. 매번 서류전형에서 낙방하던 선재가 면접까지 갔다가 현실이 아닌 꿈을 선택해서 좌절하는 장면이 나와요. 실제 세상과 만나면서 오는 아픔이 컸죠. 그리고 그 다음에 만나는 것이 한원식 아저씨의 무한동력이고, 다시 한 번 힘을 내죠. 처음 선재는 꿈이 없는 청춘이었는데, 극이 진행 될수록 꿈을 이루기 위해 변하기 시작해요. 실제 사람들이 현실의 벽 앞에서 많은 좌절을 겪지만, 그 좌절이 인생을 좌우하지는 않더라고요. 극중 한원식 아저씨는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63번의 실패를 경험했어요.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꿈을 지키는 모습을 보며 연기를 하면서 깊은 감동을 느끼기도 했어요.”
‘무한동력’은 주호민 작가의 인기 웹툰 ‘무한동력’을 원작으로 한다. 박영수는 주호민 작가와의 인연이 남다르다. 주호민 작가의 또 다른 대표작인 ‘신과함께’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신과함께’에도 출연했던 것이다. ‘신과함께’에서 저승의 변호사 진기한으로 열연을 펼쳤던 박영수는 주호민 작가로부터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주호민 작가의 작품을 하면서 인연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지금까지 주호민 작가의 많은 작품 중 뮤지컬화가 된 작품이 단 두 작품인데, 그 두 작품 모두 출연했으니까요. 다만 개인적인 연락은 자주 못했어요. 둘 다 낯을 가려서인가 봐요.(웃음) ‘신과 함께’도 그렇고 ‘무한동력’도 그렇고 주호민 작가의 힘을 믿고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재미있는 것은 박영수가 ‘신과함께’에서 연기했던 진기한이 ‘무한동력’에서도 등장한다는 것이다. ‘신과함께’에서 카리스마 넘쳤던 진기한은 ‘무한동력’으로 넘어오면서 ‘가늘고 길게’를 외치는 만년 공무원시원을 준비하는 고시생으로 모습을 바꾸었다. ‘무한동력’에서 진기한은 웃기고 또 슬픈 청춘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신과함께’의 진기한 박영수는 ‘무한동력’의 진기한이 욕심나지 않았을까.
“물론 욕심이 났죠. 재밌을 것 같아요. 공연을 하다보면 같은 공연 내에서 탐이 나는 배역이 있는데, 이번에는 진기한이 참 매력적인 것 같아요. 사람들은 진기한을 보며 ‘웃프다’라고 말을 해요. 그 말이 맞는 것이 진기한은 웃기고 재밌지만 고시생의 고단이 녹아있어요.”
장선재와 진기한 뿐 아니라 그들이 머물고 있는 수자네 하숙집의 식구들 모두 저마다의 힘듦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이다. 장선재와 진기한 외에도 집안의 사정으로 다니던 대학교를 그만두고 취업전선에 뛰어든 김솔, 아버지 한원식 대신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하는 여고생 한수자, 그리고 세상에 불만 많은 청소년 한수동 등 저마다 냉혹한 사회의 벽 앞에서 좌절을 경험한다.
현대 대학로에서 섭외 1순위로 불리는 박영수는 ‘무한동력’을 통해 청춘들의 좌절에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박영수는 힘들었던 대학입시에 대해 이야기 했다. 수시를 포함해 서울예대의 문을 두드린 횟수는 자그마치 6년. 계속된 낙방에도 칠전팔기의 정신으로 서울예대의 문을 두드린 그는 마침내 합격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