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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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서울예술단의 대표작 ‘바람의 나라-무휼’(이하 바람의 나라)이 돌아온다. 가무극 ‘바람의 나라’는 고구려 건국 초기 왕가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만화가 김진이 쓴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작품은 2006년 초연 이후 2007년, 2009년 앵콜 공연을 통해 관객과 평단의 고른 호평을 받았다. 이후 서울예술단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며 롱런하고 있다.

4월 말, 가무극 ‘바람의 나라’ 연습에 한창인 서울예술단 단원 최정수, 이시후, 박영수, 조풍래를 만났다. 이들은 각각 12년, 7년, 6년, 5년 차의 단원 생활을 맞이한 서울예술단 대표 배우들이다. 그동안 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가무극 ‘소서노’ 등 숨 가쁜 나날들을 이어왔지만, 쉴 틈이 없다. 유독 반갑게 느껴지는 가무극 ‘바람의 나라’가 돌아와서다. 말끝 하나하나에 작품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담아낸 네 명의 배우와 함께 5년 만의 가무극 ‘바람의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서울예술단의 대표작 ‘바람의 나라’

최정수 : 2006년부터 가무극 ‘바람의 나라’와 함께했다. 서울예술단에서도 많이 기다린 작품이지만, 저 개인적으로도 정말 사랑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스토리텔링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배우가 최대한 집중을 해야지만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왜 ‘앓이’라고 하지 않나. 가무극 ‘바람의 나라’는 배우들도 끝나고 나면 여운이 남는 작품이다. 마약처럼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오랫동안 들었던 것 같다. 이 작품을 다시 한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많이 기다려왔다. 연습할 시간은 촉박하지만 집중하고 있다.

이시후 : 서울예술단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앵콜공연을 통해서 결과도 좋았고, 단원들도 ‘바람의 나라’를 한다고 하면 유달리 ‘으쌰’하는 분위기가 있다. 시간이 많이 없어서, 밀도 있게 맞춰가는 것이 관건인 것 같다. 개인적으론 가무극 ‘바람의 나라’에서 주요 배역을 맡은 게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작품은 여타의 뮤지컬과 달리 드라마가 없다. 인물 간의 감정을 쌓아서 터트리는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배우들은 내면을 겉으로 표출하기보다 내면에 감정을 갖고 있는 채로 연기해야 한다. ‘해명’이라는 배역 자체가 아직은 많이 어렵다. 다각도로 접근하고 있는 상태다.

박영수 : 서울예술단에 들어온 지 몇 개월 안 됐을 때 ‘괴유’ 역으로 이 작품을 했었다. 그때는 선배님들의 힘에 달려갔었던 것 같다. 다시 한다고 들었을 때, 선배님들의 힘이 아닌 서울예술단에서 5년 동안 쌓아온 힘으로 다시 한 번 이 인물을 만나고 싶었다. 정말 많이 기대하고 있는 작품이다.

조풍래 : 들어오기 전년도에 했던 작품이다. 관객 분들도 좋아하시고, 단원들도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가무극 ‘바람의 나라’를 많이 말씀해주셨다. 처음엔 영상을 통해서 봤는데,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몰랐다. 동명의 만화책을 1권부터 23권까지 다 사서 봤다. 그래도 모르겠더라.(웃음) 만화책을 보고, 연습을 하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것은 제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잘 알고 있지 않으면 관객이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지금은 먼저 정확히 알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최정수 : 지난 공연에서 부여의 왕 ‘대소’ 역을 했었고, 올해는 ‘해명’ 역을 맡았다. ‘대소’는 전쟁의 선봉에서 ‘무휼’과 싸우는 악역이었다. 12분 정도 되는 전쟁장면을 끝내고 나면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었다. 매 공연마다 ‘죽는구나’ 하면서 했다. 커튼콜 때 나와 보면 내가 죽는 장면에서 누웠던 자리가 그대로 땀에 젖어 있을 정도였다.(웃음) 이번 공연은 시간이 많이 없어서 지난 공연에 참여했던 역할 그대로 가지 않을까 했었다. 하지만 ‘대소’ 역을 하면서 ‘해명’의 매력에 많이 끌렸었고, 이 역할을 맡으면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디션은 ‘해명’으로 봤고, 다행히 맡게 됐다.

이시후 : 그동안 강하거나 딱딱한 캐릭터를 많이 했었다.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해명’을 선택했다. ‘해명’은 허무함도 있고, 처해 있는 상황의 안타까움도 있다. 다양한 감정을 복합적으로 갖고 있는 역할이어서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해명’은 ‘새타니’와 부르는 ‘저승새의 신부’라는 아름다운 듀엣송도 있는데, 한번 불러보고 싶었다. 맡고 싶었던 역을 맡게 돼서, 열심히 하고 있다.

박영수 : 당연히 ‘괴유’가 될 줄 알고, 오디션은 다른 역할을 봤다.(그는 초연 때 ‘괴유’ 역할을 했었다) ‘무휼’과 ‘해명’을 봤는데 ‘괴유’가 됐다.(웃음)

박영수 : 사실 ‘괴유’가 다시 하고 싶었다. 다른 역할을 오디션 봤던 건, 내가 그만큼 발전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서였다. 이지나 연출님께서 ‘너 괴유 할 수 있겠니? 나이가 들어서 날아다닐 수 있겠어?’ 그러셨는데, ‘걱정하지 마시라’고 했다. 근데 지금 몸이 안 좋아서 큰일이다.(웃음) 말은 엄청 크게 해놓은 상태인데. 얼마 전, 한 팬 분이 ‘운동이 내 몸을 망친다’는 책을 선물해 주셨다. 예전에 그 책을 사서 읽은 적이 있었는데, 다시 보면서 ‘아유, 내가 이 책을 읽었던 사람인데 운동하다 몸이 갔구나’ 했다.(웃음)

박영수 : 요즘 활동이 조금 많아져서인 것 같다. 현재 몸의 겉은 좋은데, 많이 써서 약해진 상태다. 병원을 몇 군데 다녔는데, 조금 쉬엄쉬엄 하라고 하시더라. 근데 성격이 또 그게 안 돼서….

이시후 : 이 친구가 뭐 하나 꽂히면 못 말린다. 좀 다쳐봐야 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