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22

고종의 '목소리'·'움직임'에 집중동갑내기 송원근과 케미스트리 살아다른 사극 뮤지컬에도 참여하고 싶어

뮤지컬 '곤 투모로우' 박영수. 사진=김태윤 기자

뮤지컬 '곤 투모로우' 박영수. 사진=김태윤 기자

(인터뷰①에서 계속)

박영수는 비틀어진 왕을 연기하기 위해 작은 것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인물을 마주하고 연기하는 장면이 적은 고종에 특징에 따라 박영수는 특히 ‘목소리’에 집중했다. 평소의 빠른 말투 대신 어미를 길게 늘이며 강조를 하기도 하는 등 사극과 현대 사이 어드메의 목소리 톤을 구축했다. “비틀어진 인물을 표현하고 어떻게 살릴까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중간에 ‘난 몰라’ 할 때 ‘몰라’의 억양이 있는데, 이 말로 찌르고 싶은 느낌을 담아요. 경박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안에서 참고 있다는 것이 혼재돼 있는 거죠. 항상 어금니를 물고 있는 듯한 느낌이 있어요. 하지만, 엄상궁을 만날 때는 풀어져요. 너무 사극톤으로 가면 이질감이 있을 것 같아서, 의상에도 현대적인 부분이 있으니 억양에 의도를 심으려고 했어요.”

뮤지컬 '곤 투모로우' 박영수. 사진=김태윤 기자

뮤지컬 '곤 투모로우' 박영수. 사진=김태윤 기자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역시 ‘날 버린 내 그림자’의 ‘춤’이다. 그는 “춤이 아니라 유희에 가깝다”라며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던 장면”이라고 답했다. “이 춤은 공연 하루 전에 만들었어요. 이번에도 장면을 바꿔보려고 고민과 생각을 엄청 했지만 결국 똑같이 추게 됐죠. 음악이 아픔과 고통의 기억을 이야기하는 노랜데 왈츠 템포니까요. 인물이 슬픔을 슬픔이라 말하지 않고, 고통을 고통이라 하지 않는 인물이다 보니 유희로 인물을 표현하면 어떨까 싶어 움직임을 넣었어요. 관객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었죠. 관객을 만나기 전까지 확신을 가지고 하기는 어려우니까요. 확신의 피드백이 온다면 참 감사한 일이에요.”

‘곤 투모로우’의 김옥균, 한정훈 역할에 각각 쿼드로 캐스팅돼 공연하고 있다. 각기 다른 캐릭터의 특징을 확고이 하며 여러 페어 조합이 주는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박영수는 그중 가장 인상 깊은 상대 배우로 망설임 없이 친구인 송원근을 꼽았다. “원근이는 부드러운 음성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눈빛이 장난이 아니죠. 함께 이야기 한 것도 많아요. 하지만 고종과 김옥균이 짧은 씬으로 만나다 보니 임팩트가 있어야 할 것 같더라고요. 몇 분 안에 설명이 안되고 연기가 튀어 보이더라도 극단적으로 가야 뒤 이야기가 흘러가니까요. ‘전쟁의 시대’를 부를 때 원근이와 할 때는 눈을 보고 일으키면서 ‘너 같은 놈이 왕이 되어야지’ 하는 모션 등이 달라요. 원근이와 할 때 더 압박하고, 헤어질 때 더 처절하게 헤어지는 부분이 있어요. 친구라서 그런지 그런 케미스트리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뮤지컬 '곤 투모로우' 박영수. 사진=김태윤 기자

뮤지컬 '곤 투모로우' 박영수. 사진=김태윤 기자

TV에 최수종이 있다면, 공연계에는 박영수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에 “굉장한 영광”이라며 “한석규 선배가 ‘뿌리 깊은 나무’에서 세종을 우리가 생각하는 성군의 모습이 아니라 다른 식으로 표현하지 않았나. 내가 표현한 고종 역시 그랬기 때문에 나 역시도 관객분들이 신선한 모습을 좋아해 주신 것 같다”고 오랜 시간 사랑받은 이유를 꼽았다. 이어 방대한 이야기가 담긴 ‘연산군’은 연극으로, ‘세종’의 인간적인 모습이 담긴 뮤지컬 등에도 기회가 된다면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곤 투모로우’가 주는 메시지에 대해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며 “’곤 투모로우’에서 보여주는 암흑기가 2022년에 공연되는 만큼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뜻이 이 시대에 반영되고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뮤지컬 '곤 투모로우' 박영수. 사진=김태윤 기자

뮤지컬 '곤 투모로우' 박영수. 사진=김태윤 기자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다니기보다는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긴다는 박영수는 “요즘 공연장이나 연습실을 오고 갈 때 보드 타는 것, RC카 조립, 아이와 함께하는 레고 놀이를 즐긴다”고 취미를 소개했다. 하지만 역시나 제일 마음에 가는 것은 사진이다. 오랫동안 사진을 찍어온 박영수는 얼마전 다른 배우와 함께 사진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전시를 한 번 하다 보니 이제는 쉽게 셔터를 누를 수가 없더라고요. ‘내가 뭘 바라보고 있지’하는 목표와 주제를 찾고 싶어졌어요. 어떤 날에는 목표를 정해서 찍기도 하고, 하루는 찍지 않고 보고만 있기도 해요. 눈으로 보는 것과 카메라로 보는 건 다르거든요. 깊게 관찰해야 하고 그때그때 다르게 보이는 것이 공연과 비슷한 느낌을 받기도 해요. 기회가 되면 전시회도 한 번 더 해보고 싶어요.”

뮤지컬 '곤 투모로우' 박영수. 사진=김태윤 기자

뮤지컬 '곤 투모로우' 박영수. 사진=김태윤 기자

‘곤 투모로우’의 ‘고종의 진한 감성이 공연이 끝나고도 계속 달라붙는다’는 박영수는 이 응어리진 감정을 잘 풀어내고 넘어가기를 기원했다. 그리고 관객에게도 가슴속 응어리를 꼭 풀어내고 희망찬 나날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