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5.04

https://www.entermedi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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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미디어=정다훈의 돌직구 인터뷰] “눈이 오다. 물이 되는 날/ 잿빛 하늘에 또 뿌연 내, 그리고, /커다란 기관차는 빼-액-울며, / 쪼그만, /가슴은, 울렁거린다. / 이별이 너무 빠르다, 안타깝게도, / 사랑하는 사람을,/ 일터에서 만나자 하고-/더운 손의 맛과, 구슬 눈물이 마르기 전/ 기차는 꼬리를 산굽으로 돌렸다.”-윤동주 시인의 ‘이별’

“2막 형무소에 갇혀 선화의 환상을 보며 ‘이별’이란 시를 읊을 때마다 제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어요. 초연 때 너무 확 빠져서 조금만 건드리면 ‘끄윽’ 눈물이 날 정도였죠. 지난 번 서울예술단 스펙데이 때도 ‘이별’이란 시가 나오는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고 말았어요.

10개월의 시간이 흘렀는데도 감정이 없어지지가 않네요. 재 공연하면선 배우가 캐릭터에 너무 빠져 허우적거리는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배우가 지나치게 젖어 있으면 관객의 몫, 관객의 공간이 없어질 수 있는 거잖아요.”

2012년에 이어 다시 한 번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 ‘윤동주’ 역으로 관객과 만나는 배우 박영수를 만났다. ‘이별’이란 시를 조용히 읊조리는 모습이 담담히 시를 쓰고 사색하는 청년 윤동주 모습 그대로였다.

■ 영혼이 맑은 배우 박영수

서울예술단의 <윤동주, 달을 쏘다>(대본 한아름, 연출 권호성, 작·편곡 오상준)가 오는 5월 6일부터 12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오른다. 혼돈의 시대에 태어나 우리말과 글, 자신의 이름과 종교 등을 빼앗아 갔던 역사 속의 참담한 현실에 몸부림 치던 시인 윤동주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

2013 <윤동주, 달을 쏘다>의 가장 큰 변화는 무대미술과 안무이다. 우현영 안무가가 새롭게 참여해 억압된 삶 속에서도 한국인만의 강인함과 의지를 다이나믹한 재즈댄스 모던댄스 및 발레 몸짓에 담아낸다. 윤정섭 영상감독은 무겁고 부피감 있는 사실적 세트에서 벗어나 이미지로서의 공간을 그려낼 계획이다. 여기에 뮤지컬 ‘햄릿’과, ‘엘리자벳’ 그리고 ‘영웅’ 등에서 호평을 받은 배우 김수용이 윤동주 역에 더블 캐스팅 됐다.

“...”(수줍게 놀라며 웃기만 할 뿐)

“초연 땐 정말 행운이 뒤 따랐던 것 같아요. 감기에 걸린 상태로 오디션을 치렀는데 너무 잘 봐주신 것 같아요. 주조역만 하다 주연으로 선 건 그때가 처음이었거든요. 그렇게 정신없이 무대에 서서 아쉬운 게 많았어요.

서울예술단에서 다시 배우 오디션을 치루기도 했어요. 저 뿐 아니라 전 배역이요. 아무래도 한번 그 역할을 했던 게 있어서 뽑아주셨나봐요(웃음).”

“그동안 서울예술단에서 임병근 배우와 많이 호흡을 맞췄어요. 전 주역을 받쳐주는 역을 많이 했고요. 그러다 처음 주연을 맡았는데 심리적으로 불안감이 오더군요. 전 잘 하는 게 없어 노력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윤동주 공연 연습을 하면서 ‘재능이 타고난 사람만 배우를 해야 하는가. 뮤지컬을 관둬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했거든요. 그렇게 고민이 깊어지니 윤동주가 감옥에 갇혀 병이 나고 우울해지는 증상과 똑같은 경험을 하게 될 정도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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