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12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53/0000026284?sid=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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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윤동주(1917~1945)의 탄생 100주년을 맞는 해. 기상천외한 줄임말과 신종 외계어로 국어가 잔뜩 오염돼 버린 오늘, 한글 사용이 금지당했던 일제 강점기 주옥같은 시들로 아름다운 우리말과 글을 지켜낸 국민 시인의 존재가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문학계를 중심으로 문화예술계 여기저기서 그의 시와 삶을 조망하는 작업들이 진행 중이다.

창작가무극을 만드는 서울예술단도 대표 레퍼토리 ‘윤동주, 달을 쏘다’(3월 21일~4월 2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를 올해 첫 작품으로 택했다. 2012년 초연 이래 꾸준히 사랑받으며 지난해에는 객석 점유율 100%를 기록했던 화제작이다. 올해는 탄생 100주년을 맞아 조금 더 힘을 줬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인 배우 온주완(34)이 뉴 캐스트로 합류한 것. 뮤지컬에는 지난해 ‘뉴시즈’로 막 데뷔한 신인이지만, 초연부터 줄곧 아름다운 청년 윤동주를 연기해온 서울예술단 출신 배우 박영수(35)와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두 명의 윤동주는 각자 어떤 매력을 보여줄까.

“형을 보면 ‘와, 진짜 이 사람은 윤동주에 빙의했구나’ 싶어요.”(온)

“주완이가 더 닮았죠. 시인도 사실 남자다운 면이 있었거든요.”(박)

3일 오후 예술의전당 국립예술단체 연습실. 바쁜 연습 스케줄로 점심시간에 어렵게 짬을 내 만난 두 사람은 이미지가 판이했다. 다 먹은 오렌지색 도시락 가방을 얌전히 들고 일찌감치 나타난 박영수는 사슴같은 눈망울이 ‘천상 윤동주’였지만,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형들은 귀여운 동생을 좋아한다”며 박영수에게 ‘부비대는’ 온주완은 윤동주보다 송몽규에 더 가까워 보였다.

“주완이가 더 남자다운 느낌이라서 그런데, 오히려 외모는 제가 더 안 닮았어요. 시의 감수성 때문에 많은 분들이 윤동주 시인이 조용할거라 생각하는데, 알고보면 웅변대회에 나가고 축구와 농구도 좋아한 활동적인 분이었다고 해요. 저희 공연에서도 초반에는 그런 면이 보여지죠. 시대적인 암울함 때문에 점점 정적으로 변하게 되지만.”(박)

윤동주가 예술가로서 시대를 반영했다면저 역시 제가 할 수 있는 분야에서시대를 이야기하고 있지 않나 생각해요.-박영수-

“사실 작품 선택할 때 고민이 많았어요. 처음 대본 볼 땐 내가 이런 이미지였나? 왜 나를 섭외했지? 의아했죠. 형의 공연 영상을 보고 나서 열정이 생겼어요. 영화를 봐도 잘 울지 않는데 휴대전화 유튜브 영상을 보며 울고 있는 제 모습에 제가 놀랐죠. 형의 연기 속에 시인이 안개처럼 보였거든요. 박영수란 배우가 이렇게 잘 만들어 놓은 윤동주지만, 온주완도 좀 다르게 할 수 있을 거란 확신으로 용기를 냈습니다.”(온)

서울예술단의 공연기간은 통상 1주일 정도이지만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2주로 늘리면서 더블캐스팅이 필요해졌다. 워낙 혼자 짊어지는 부분이 많은 어려운 역할이라 연기력이 캐스팅의 관건이었고, 마침 온주완도 ‘뉴시즈’ 이후 화려한 쇼뮤지컬보다 연기를 제대로 보여줄 작품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두 달 이상 연습해 2주 만에 막을 내리는 공연에 스케줄 왕성한 스타 연예인이 참여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너무 아쉬워요. 한달쯤 했으면 좋겠는데. 그런데 일주일만 한댔어도 했을 거 같아요. 이 작업을 하면서 ‘행동이 우리를 정의하고, 정의로움이 우리를 행동하게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윤동주를 접하면서 저를 많이 내려놓게 됐어요. 마음의 여유도 생긴 것 같구요.”(온)

“노래 한 곡, 시 한 수도 섬세하게 표현해야”

한편 박영수에게 윤동주는 ‘인생캐릭터’라 할 만큼 각별한 의미다. 서울예술단 단원으로 처음 맡은 주인공이었고, 이를 계기로 외부 활동까지 하게 됐기 때문이다.